연초에 배달집으로 방향을 잡았다. 모든 기획의 초점을 배달집으로 두고 메뉴판을 짜기 시작했다.
뭘 얼마에 팔 것인가. 도리탕을? 얼마에?
내 메뉴판의 핵심은 무엇인가.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음식 제공?
그래서 어떤 메뉴판이 될 것인가...
불현듯 과거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2018년엔가, 일본 도쿄에 놀러갔을 때 이소마루 스이산이라는 이자까야에 혼자 가서 혼술을 한 적이 있다. 가게 앞 배너를 보니 오징어구이가 499엔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싸게 혼술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에 들어섰다. 메뉴판을 펼쳤다. 일단 맥주 한 잔과 오징어구이를 시켰다. 한 모금 한 모금 홀짝홀짝 들어가는 술김에 메뉴판을 또 펼치게 된다. 이거저거 시킨다. 혼자서 30분 가량 혼술하였다. 계산할 때 총 얼마 나왔는지 보았다. 2,800엔이 나왔다. 기겁을 했다. 뭐 이렇게 많이 나왔지??? 내가 이렇게 많이 먹진 않았는데???
아 이거구나. 조삼모사.
그래 조삼모사 전략으로 메뉴판을 기획해나갔다. 메인 메뉴의 가격은 굉장히 싸게, 그러나 토핑과 사이드로 최대한 추가 구매를 유도하도록.
* 연초 사업 기획단계부터 오픈 초기까지 당사의 사업 핵심은 초저가 가격 파괴 메뉴 상품 제공. 4개 브랜드를 시작으로 4천원대, 5천원대부터 곱도리탕 브랜드 메뉴 상품 중 8천원대라는 파격적인 가격의 메뉴도 존재.
* 우리 매장이 초반에 꽤 치고 올라갈 수 있었던 이유는 1)꽤 낮은 가격 2)우리 점장님이 이 동네 출신으로서 지인들이 꽤 많이 살고 있었기에 초반에 빠른 리뷰 축적 3)이 동네 곱도리탕을 대표 메뉴로 하는 곳이 별로 없음(경쟁자 수 低). 이 중에서도 2번이 아주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
* 과연 고객은 저가를 원하는가?
- 강남역 10번 출구 앞같은 엄청난 유동 인구를 기반으로 하는 곳이 아니라면 저가는 취급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
- 홀 매장이든, 테잌아웃이든, 배달이든 저가는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
- 배달 수요 고객은 ‘제대로 된 한 상‘을 원하는 것으로 추정. ex.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밥해먹기는 싫고, 뭔가 맛있는 거는 먹고 싶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미 집에 들어왔기 때문에 밖에 나가기는 귀찮고 이 때 배민 어플을 켜서 뭔가를 먹는다 라고 가정했을 때, ‘배고프다‘라는 이유만으로 배달 음식을 시켜먹지는 않을 것이라 추정.
-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이유는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뿐만 아니라 ‘스스로 위안을 주기 위해‘라는 동기가 강한 것으로 추정. 즉 컴포트 푸드 comfort food
-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위안을 주기 위해서‘라면 그 수요는 훨씬 더 비탄력적일 것으로 예상. 즉, 가격에 민감하지 않고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한 상이라면 기꺼이 지불 용의가 있을 것.
* 강남 진출
- 구의역 좌표로 찜탕 카테고리 주문 수>
주문 수 1위 매장: 찜닭&닭도리달인, 최근 주문 수 16,000(최근 6개월 누적)
주문 수 10위 매장: 푸른바다찜탕, 최근 주문 수 4,000
주문 수 20위 매장: 명가밥상, 최근 주문 수 2,000
주문 수 30위 매장: 아차산통갈비탕, 최근 주문 수 2,000
- 선릉역 좌표로 찜탕 카테고리 주문 수>
주문 수 1위 매장: 혼밥대왕 강남점, 25,000건
주문 수 10위 매장: 24시 엄지네집, 9,000건
주문 수 20위 매장: 착한덮밥, 6,000건
주문 수 30위 매장: 정성이 가득찬 집밥 직영점, 4,000건
** The winner takes it all 이라는 말이 가장 와닿음. 외식 업계 역시 소수의 강자가 독식하는 시장인듯. 우리 매장이 승자 그룹에 편입되는 그 날까지 항상 변함없는 맛과 품질로 푸짐하게 메뉴를 고객들에게 선사해야 함. 매 순간 완벽하게 메뉴 조리.
** 현재 구의점은 월매출 1천5백만원~2천만원을 넘기는 것을 기점으로 당사 가맹점 할 사람에게 넘기고 바로 강남으로 진출.
(현재의 구의점 자리는 배달 매장으로 그리 좋지 않은 자리임. 1)현재 매장 위치에서 남쪽으로 배달 반경의 반원-한강 이남-이 완전히 잘려짐. 2)이 동네 사람들이 돈을 잘 쓰지 않음. 위 선릉역 좌표 주문 수와 비교해봐도 적나라하게 차이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