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Viva La Vida라고 하는 노래가 있는데, 옛날에 대학생일 때 상원이형 싸이 가서 처음으로 들어봤던 노래였다. 그 땐 뭔 뜻인지 알아 듣지도 못했음에도(외대 영어과임에도ㅜㅜ), 처음 듣자마자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듣자마자 가사를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해석해봤다. 근데 해석은 했는데 도무지 의미가 와닿지는 않았다. 아무리 읽어봐도 이해가 가지 않아서 원어민 교수님들에게 이 가사가 뭘 의미하는지 여쭤봤었는데 내가 해석한 바와 그닥 다르지는 않았다. 그게 벌써 10여년전.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얼마 전 우연히 이 노래를 다시 들어보게 되었는데... 아... 이제야 이 노래의 의미가 와닿았다. 듣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세상을 지배해본 적도 없고, 바다를 호령한 적도, 내 말 한마디에 로마 기병대가 움직인 적도 없었다. 성공이나 대박은 커녕 소박 수준도 없었고, 작은 성취만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뿐이다. 사실 인생에서 승자인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3년 전, 사업을 시작한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월 영업이익이 3천만원에 달했었다. 이 때가 생지옥의 전조일줄이야... 온갖 허세와 무리한 확장을 연속하게 되었다. 내가 건드리는 건 다 잘되는구나라는 오만에 빠진 채로 3년 동안의 지옥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 간 번 돈 다 날리고, 돈되는 거 다 팔고, 온갖거 다 줄여가며 버텼다. 빚이 목까지 차오르고 카드빚에 카드깡까지 하면서 버텼다. 정말 하루에도 수십번씩 한강다리에 가고 싶었다. (지나고 보니 내가 겨우 월 3천짜리 그릇밖에 안되나 싶었다.) 특히 내가 타고 다니던 그 벤츠가 내 앞을 지나갈 때마다 와신상담 정도가 아니라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자괴감이 사라지질 않았다. (내 걸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서 비롯된 거 같다.)

너무 이른 성취는 오히려 삼가야 할 것이며, 무언가를 이루었다 해도 그게 온전히 나의 실력으로 인한 것은 절대 아니다. 항상 차고 넘침을 경계해야 한다.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https://youtu.be/dvgZkm1xW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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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간이3
:

21살 때였나, 대학 수능에 실패하고 쓰레기처럼 살았다. 뭐 하나 되는 게 없는 그런 잉여 인간이었다. 그러던 찰나에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닭꼬치 노점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당시에 아버지 사업의 핵심 수익원이 닭꼬치 생산이었다. 그래서였나, 닭꼬치를 팔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나보다.


정말이지, 아무 대책 없이, 아무 계획도 없이 시작했다. 내 돈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고, 순전히 아버지 돈으로 시작했다. 노점 카트 꾸며다가... 무슨 취미도 아니고 그보다 더 준비가 안된 장난에 그쳤었던거 같다. 그러니 당연히 필사적으로 덤비지도 않았었다. 목숨 걸고 뛰어도 될까말까한게 사업인데... 그렇게 몇 달 했나, 그냥 하기 싫어져서 접었었다. 난 그렇게 다시 쓰레기로 되돌아갔다.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로.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땐 참 내 자신을 '쓰레기'라고 표현하는게 최적인 거 같다.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없고, 밥값 조차도 못하고 있었으니, '쓰레기'가 나의 호칭으로 딱이었다.


죄책감에 시달리며 그 시절을 보냈다. 뭘 해도 안되는, 할 줄 아는거 하나 없는, 책임감 하나 없는 그런 쓰레기로 그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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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간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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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중단 기록 남기기 - 리스트


1. 닭꼬치 노점상, 21살 때(2001년) - 중단

2. 원어민 전문 헤드헌팅, 29살 때(2010년) - 중단

3. 티셔츠 만들어 팔기, 30살 때(2011년) - 실패

4. 영어 원어민 회화, 33살 때(2014년) - 실패

5. 간식 전문 커머스, 33살 때(2014년) - 실패

6. 소스 제조업 시작, 34살 때(2015년)

7. 식당, 35살 때(2016년), 중단

8. 반찬 전문 제조

9. 현재 소스 제조업 계속


* 중간중간 조금씩 깔짝댄거는 제외. ex. 샴푸 덤핑으로 한보따리 사다가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3개에 1,000원에 팔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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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간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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