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공항에 도착한다. 렌트카 회사에서 우릴 마중나와 우릴 기다리고 있다. 베이지색 비틀을 대기한 채 말이다. 그러고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Have a good trip in Italy! 그래 이제 여행의 시작이다. 베이지색 비틀을 타고 말이다. 선루프를 살짝 열고 바람이 새어 들어온다. 그 바람이 내 귀와 얼굴과 내 마음을 간지럽힌다. 벌써부터 두근댄다. 고풍스런 유러피언 건축물들과 이국적인 이탤리언 거리의 분위기들이 나를 반기겠지? 너무 두근거리고 기대되서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그녀도 나와 같은 마음이겠지. 그녀도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들을 순간순간 추억하며 설레이는 그 감정과 기분들 또한 머리와 가슴 속에 되뇌이며 새겨 넣고 있겠지. 그녀도 나와 같겠지.

적어도 100년의 역사를 가진 수 많은 카페들로 가득찬 로마 거리를 그녀와 함께 걸으며 꼭 잡은 그 두 손으로 이어진 우리의 인연이 지금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인연으로 이어진, 오랫동안 전해내려오던 그 인연이 우리를 예까지 인도하여 지금 바로 여기 우리가 함께 숨을 쉬고 걷고 있다. 콜로세움도 구경하겠지. 로마의 휴일에서처럼 아이스크림도 먹겠지. 장난도 치면서. 그렇게 걷고 걷고 또 걸으며 그녀와 잡은 두 손을 놓지 않겠지. 그리고 베이지색 비틀을 타고 예약한 호텔에 와서 그녀와의 첫날 밤을 보내겠지. 아름다운 밤을 말이야.

그녀와의 잊지 못할 밤을 보내고서 이제 시에나로 간다. 레터스 투 줄리엣에 나오는 로렌조 바톨리니를 찾아 떠나는 거야. 베이지색 비틀을 타고 말야. 드넓은 농장과 평원과 숲을 지나는 재밌는 드라이브가 될 거 같아. 로렌조가 있는 그 농장 저택을 찾아 떠나는 드라이브. 싸이의 '낙원' 노래 가사가 절로 생각나는 그런 드라이브. 난 너와 같은 차를 타고 난 너와 같은 곳을 보고 난 너와 같이 같은 곳으로 그 곳은 천국일꺼야. 그래 지금 이 순간 그녀와 함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천국이야.

이젠 피렌체로 갈 차례다. 베이지색 비틀을 타고 시에나를 떠나 피렌체로 가는 거야. 냉정과 열정 사이에 나오는 그 피렌체의 두오모에 올라가기 위해 일부러 피렌체로 왔다. 그 곳을 올라가기 위해.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쥰세이와 아오이가 아오이의 서른 살 생일에 만나기로 했던 그 피렌체 두오모 성당 꼭대기에 올라가서 쥰세이가 아오이를 기다리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너무너무 궁금해서 올라가보는 거야. 쥰세이는 과연 그 때, 아오이를 기다리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아오이가 그 성당 꼭대기에 나타났을 때. 쥰세이와 아오이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너무도 궁금해. 그 감정을 알고 싶어 이렇게 왔어.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마음. 그토록 기다리던 사람을 만났을 때의 마음. 이제 알 것만 같아.

줄리엣의 집에 갈 차례야. 그 집 벽에 꽂혀진 수 많은 편지들은 줄리엣에게 보내지는 것들이지. 줄리엣에게 사랑을 얘기하는 편지들. 상처받은 편지. 사랑으로 고뇌하는 편지 등등. 그 편지들이 어지럽게 꽂혀진 그 벽을 바라보며 우리도 그렇게 잠못자고 꼬박 샌 밤을 돌이키며 서로에게 미소를 보이겠지. 그래도 우리 이제 서로 아픔 주는 일 없도록 하자고. 그럴 일 없게 하자고. 다짐하고 다짐하고 또 약속을 해. 우린 우리의 맘을 잘 알고 있잖아. 그치? 그러니까 우리 이 약속 변치 말고 서로 매일매일 사랑해주자. 사랑만 하기에도 너무 짧은 인생이니까. 물론 항상 좋은 날만 있지는 않을 거야. 슬픈 날도 괴로운 날도 있을테니까. 그러니까 인생이잖아. 좋기만 하면 그건 인생이 아니라 show니까. 희노애락이 담긴 인생을 그대와 함께 하고 싶어요. 그대 마음도 나와 같다고 믿어요.

베이지색 비틀을 타고 마지막 도시인 밀라노로 가는거야. 이 곳에서 우리 여행의 피날레를 장식하자. 이 곳에서 이탈리아의 젊음도 느껴보고 이탈리아 문화도 느껴보는 거야. 

여기 우리의 마지막 여정에서 너에게 다짐하려고 해. 나 너에게 약속하려고 해. 너를 지켜주겠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당신을 위해 존재하며 당신을 지켜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그 약속 반드시 지키겠다고. 이제 당신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우리 두 손 꼭 잡고 우리 이 길을 같이 걸어 나갑시다.

같이 한 번 가봅시다. 이 길의 끝에 뭐가 있든.


이런 신혼 여행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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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간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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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오늘의 디스커버리 2013. 7. 30. 22:32 |

커져가는 그리움의 크기는 어느 정도까지 커질 수 있을까. 그렇게 그리움이 커갈수록 나의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의 깊이가 점점 깊어져 간다. 그래서 좋다.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의 깊이가 계속 깊어져서 너무 좋다. 당신이 너무 좋다. 히힛

Posted by 얼간이3
:
The most magnificent poem hasn't been written yet.
The most beautiful song hasn't been sung yet.
The most glorious day hasn't been lived yet.
The most immence sea hasn't been pioneered yet.
The most prolonged travel hasn't been done yet.
The immortal dance hasn't been performed yet.
The most shine star hasn't been discovered yet.
When we don't know any more what we are supposed to do,
it's the time when we can do true something.
When we don't know any more where we are supposed to go,
it's the start when the true travel has just begun.

- A True Travel by Nazim Hik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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