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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디스커버리 2024. 4. 5. 20:56 |

옛날에 내가 군대 갈 때, 여자친구가 날 기다리게 하는게 너무 미안해서 일부러 헤어졌었다. 2년이라는 긴 시간이 너무 여자친구를 괴롭게 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힘겹게 한다는 거, 그리고 그걸 뻔히 알면서도 행동에 옮긴다는 거는 참 나에게는 너무도 괴롭고 지금까지도 항상 괴로운 일이었다.

 

2016년, 3년여 동안 만났던 여자친구와 헤어졌었다. 원래는 사귄지 얼마 안돼서 헤어지려고 했는데... 나는 창업을 할 계획이었고, 이번 여정은 너무도 고통스럽고, 무엇보다도 언제 끝날지 모를 기나긴 길이 될 게 분명했기 때문에 2014년 초에 헤어지려고 했었다. 근데 어찌어찌 헤어지지 않고 계속 만남을 이어가게 됐다. 헤어지려는 내 마음에 쐐기를 박으려고 몹쓸 짓도 많이 했는데. 결국 이게 그 여자친구에게 더 큰 상처가 되었고, 결국은 안좋은 기억으로 그녀에게 남았을 것이다. 뭐 그렇다고 그 몹쓸 짓들을 내가 용서받고자 하거나 합리화하려는 건 아니다. 결과적으로 다 내 잘못이었으니까.

 

그렇게 2016년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 내 사업은 계속해서 바닥을 기어 다니기만 했던게 너무 답답했는지 아님 다른게 맘에 안들었는지 아님 내 그 몹쓸짓들이 잊혀지지가 않았는지, 그녀는 나에게 결별을 통보했다. 그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렇게 내 사업은 계속해서 바닥을 칠 것만 같았지만 이제야 비로소 0에서 1로 된 거 같다. 정말 확고한 1이 된 거 같다. 2014년에 창업하고 2023년에 확고한 1이 되었다니 ㅎㅎㅎ 그것도 아버지 사업체를 물려 받게 되고 나서야....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나도 참 드럽게도 머리가 나쁜가보다. 햇수로 10년이 걸렸다. 딱 10년. 너무 부끄러워서 어디 남한테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네...

 

지난 10년 간, 반 정신 나간 상태로 살았고, 안그래도 친구 없는데 친구도 없고, 아무도 안 만나고, 놀지도 않고 일만 했다. 이제 내 옆에는 가족 말고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이것도 뭐 나쁘진 않지만, 근데 그 전 여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아직도 한가득이고, 아직 그 여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도 있긴 하다. 솔직히 그녀를 아직 못 잊었다. 그렇다고 결혼한 그녀에게 내가 뭘 하려는 마음은 절대 아니다. 그냥 이렇게 내 마음 속에서 그녀를 놓아주련다. 사랑했던 만큼 그녀의 행복한 결혼에 축복을 빌어 주고 싶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도 8년이나 지나서야 사업이 자리 잡게 된 지금, 오늘처럼 따뜻한 날 오후에 해가 질 무렵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 즈음에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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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간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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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일지 2022. 6. 27. 23:18 |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되었다. 괴물이 되니 악취가 풍기고 나쁜 기운이 감돈다. 주변에 붙는 인물들도 악취와 나쁜 기운으로 가득찬 이들 뿐이다. 더 큰 그릇이 되기 위해서는 그릇과 마음을 청결히 하는 게 먼저.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다시 괴물이 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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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간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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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 좋아하시죠? 당신들은 그냥 말입니다. 경마장의 말." 456번이 게임에 우승하고 리무진에 눈이 가려진 채로 앉아, 이병헌의 게임 우승 축하 인사를 받으며 듣는 말이었다.

 

"난 말이 아니야." 456번이 맨 마지막 장면에서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 전화로 이병헌에게 던진 말이었다.

 

맞는 말이지. 이제 더 이상은 말이 아니지. 456억이라는 돈이 있는 자본가 계급이니까.

 

경주마

요즘 들어 '경제적 자유의 실현'이라는 표현이 자주 들린다. 파이어족이 대표적인 단어인 거 같다. 자본가 계급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꽤 의미있는 수준의 금액을 가지게 되면 그 때 경제적 자유를 실현했다고 표현한다. 그러려면 큰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 큰 돈이 그냥 벌어지지는 않는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뭔가를 걸어야 하는데, 보통은 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돈을 걸고 그렇지 않다면 자기 몸을 건다. 경험을 쌓기 위해서든, 자기 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든, 어떻게든 지향하는 바를 위해 스스로를 건다. 그리고 그 과정은 극에 달하는 고통이 따른다.

 

경주마, 그 이중적 의미 첫 번째: '의미있는 경험을 쌓는 과정: 피지배 계급'

조예가 죽고 그 뒤를 이은 어린 황제 밑에서 반정을 일으키기 전에 사마의가 던진 말이 있다. "나는 한 평생 남이 쥐고 있는 칼자루에 불과했다. 이제 난 내가 직접 그 칼 주인이 되려고 한다." 조조는 자기 부하들을 자기 바둑알에 불과하다고 했다. 사마의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스로가 말이 되어 조조라는 영웅 밑에서 그의 역량과 노하우를 배우며 실력을 탄탄하게 키워 나갔다. 그렇게 조씨 가문 3명의 황제를 모시고 4대째 황제까지 바둑알로서 묵묵히 일한다. 스스로가 남긴 역대 명언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을 철저히 준수하며 이행하기도 한다. 경주마에서 말 주인이 되고자 하는 과정이란 참 치욕적이고도 극한의 고통이기도 하다. 특히 승부수를 던질 때는 생과 사의 갈림길 그 자체이기도 하다. (사실 그냥 경주마로 만족하고 살다가 가길 원한다면 그닥 삶이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오징어게임에서도 참가자들은 너무도 당연하게도 게임의 운영진에 룰과 명령대로 이행한다. 이행하지 않으면 죽는다. 죽는다는 건 해고당한다를 의미하기도 한다. 죽거나 살거나, 해고당하거나 계속 일하거나. 그리고 각각의 게임을 수행하며 살아남고 노하우와 각자의 생존 방식을 습득해간다. 

 

경주마, 그 이중적 의미 두 번째: '성공을 이루기 위해 판에 뛰어든 욕망의 과정'

절박함과 탐욕.

참가자들은 무궁화 게임이 끝나고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졌다가, 다시 참가하게 된다. 재참가의 이유는, 이 사람들이 각자의 빚이라는 절박함도 있었겠지만, 456억이라는 돈을 보고 난 이후의 탐욕에 의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맞다고 본다. 성공을 향한 과정도 비슷하다고 본다. 각자의 절박함으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절박함은 탐욕과 욕망으로 변형되고, 사실 이 모티베이션이 훨씬 더 강력하다.

인간적인 면과 냉혹한 면.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항상 인간적이지만은 않다. 때로는 인간적이면서도 때로는 냉혹하게 바뀌어야 하는 모순적인 순간이 굉장히 많이 온다. 456번도 매 게임에 인간적이지만은 않았다. 구슬 게임 도중 오일남이 치매인척하는 인정을 베푸는 씬에서 그를 속이고 모든 구슬을 빼았는다. 배에 유리가 박힌 탈북 소녀 앞에서 서울대를 죽이겠다고 칼을 든다. 인간적인 모습도 비인간적인 냉혹함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하는게 성공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오일남이 병상에 누운 채로 하는 내기에서 456번은 자신이 그 내기에서 이기면 오일남을 죽이겠다는 잔혹함도 보여준다. 이게 경주마에서 말주인으로 변모했을 때 갖게 되는 냉혹한 면이다.

 

에필로그: 현 시대의 최대 난제, 그러나 절대 해결 불가한 문제: 양극화 현상

봉준호 감독의 앞선 두 편의 영화 '설국열차'와 '기생충'에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거두었는데, 이는 양극화 현상이야말로 전 세계인들이 남녀노소와 인종을 가리지 않고 공감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거기에 정점을 찍은 것이야 말로 바로 이 '오징어게임'인 듯하다. 

인류 문명이 탄생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자본주의가 아닌 적이 없는 거 같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처음으로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로 용어 정의가 되었을 뿐 단 한 순간도 부에 의한 계층이 나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이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인간 사회가 지속되는 한. 왜냐하면 자본주의를 대체할 이데올로기란 없으니까. 캡틴아메리카가 설국열차 맨 앞칸에 도달했을 때, 윌포드의 설명을 듣고 열차를 지배하지 못하고 무릎 꿇으며 윌포드에 굴복한 이유이기도 하니까. 결국 양극화 현상은 절대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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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간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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