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내가 군대 갈 때, 여자친구가 날 기다리게 하는게 너무 미안해서 일부러 헤어졌었다. 2년이라는 긴 시간이 너무 여자친구를 괴롭게 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힘겹게 한다는 거, 그리고 그걸 뻔히 알면서도 행동에 옮긴다는 거는 참 나에게는 너무도 괴롭고 지금까지도 항상 괴로운 일이었다.
2016년, 3년여 동안 만났던 여자친구와 헤어졌었다. 원래는 사귄지 얼마 안돼서 헤어지려고 했는데... 나는 창업을 할 계획이었고, 이번 여정은 너무도 고통스럽고, 무엇보다도 언제 끝날지 모를 기나긴 길이 될 게 분명했기 때문에 2014년 초에 헤어지려고 했었다. 근데 어찌어찌 헤어지지 않고 계속 만남을 이어가게 됐다. 헤어지려는 내 마음에 쐐기를 박으려고 몹쓸 짓도 많이 했는데. 결국 이게 그 여자친구에게 더 큰 상처가 되었고, 결국은 안좋은 기억으로 그녀에게 남았을 것이다. 뭐 그렇다고 그 몹쓸 짓들을 내가 용서받고자 하거나 합리화하려는 건 아니다. 결과적으로 다 내 잘못이었으니까.
그렇게 2016년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 내 사업은 계속해서 바닥을 기어 다니기만 했던게 너무 답답했는지 아님 다른게 맘에 안들었는지 아님 내 그 몹쓸짓들이 잊혀지지가 않았는지, 그녀는 나에게 결별을 통보했다. 그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렇게 내 사업은 계속해서 바닥을 칠 것만 같았지만 이제야 비로소 0에서 1로 된 거 같다. 정말 확고한 1이 된 거 같다. 2014년에 창업하고 2023년에 확고한 1이 되었다니 ㅎㅎㅎ 그것도 아버지 사업체를 물려 받게 되고 나서야....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나도 참 드럽게도 머리가 나쁜가보다. 햇수로 10년이 걸렸다. 딱 10년. 너무 부끄러워서 어디 남한테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네...
지난 10년 간, 반 정신 나간 상태로 살았고, 안그래도 친구 없는데 친구도 없고, 아무도 안 만나고, 놀지도 않고 일만 했다. 이제 내 옆에는 가족 말고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이것도 뭐 나쁘진 않지만, 근데 그 전 여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아직도 한가득이고, 아직 그 여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도 있긴 하다. 솔직히 그녀를 아직 못 잊었다. 그렇다고 결혼한 그녀에게 내가 뭘 하려는 마음은 절대 아니다. 그냥 이렇게 내 마음 속에서 그녀를 놓아주련다. 사랑했던 만큼 그녀의 행복한 결혼에 축복을 빌어 주고 싶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도 8년이나 지나서야 사업이 자리 잡게 된 지금, 오늘처럼 따뜻한 날 오후에 해가 질 무렵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 즈음에 이 글을 남긴다.
'오늘의 디스커버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징어게임: 경주마의 운명 (0) | 2021.10.24 |
---|---|
8/1, JYP는 왜 NiziU 프로젝트를 실행했는가 (0) | 2020.08.01 |
개매너 (0) | 2018.09.26 |
Steve Jobs' opinion about Marketing (0) | 2018.09.11 |
사업의 본질 (0) | 2018.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