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는 없다. 자존심 역시 없다. 목적과 목표를 잊은 자에게는 미래도 없다. 더 큰 더 많은 치욕만이 있을 뿐이다.
고두레를 하지 않은 유성룡에게 죽음을 내리려는 명 장군을 보고 세자는 그를 대신해서 고두레를 한다. 대신해서 치욕을 삼킨다. 이를 본 유성룡은 울부짖으며 똑같이 고두레를 한다. 치욕감을 뛰어넘어 굴욕감, 죽고 싶을 정도의 굴욕감을 느낀다. 약소국의 비애와 비탄과 죽고 싶을 만큼의 굴욕감. 명나라라는 대국 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는 치욕과 굴욕.
이런 치욕과 굴욕은 얼마든지 견딘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그 어떤 것도 과정에 불과하다. 강해진 후에야 치욕과 굴욕을 씻어낼 수 있고, 명예와 자존심을 찾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목적과 목표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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