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오늘의 디스커버리 2024. 4. 5. 20:56 |

옛날에 내가 군대 갈 때, 여자친구가 날 기다리게 하는게 너무 미안해서 일부러 헤어졌었다. 2년이라는 긴 시간이 너무 여자친구를 괴롭게 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힘겹게 한다는 거, 그리고 그걸 뻔히 알면서도 행동에 옮긴다는 거는 참 나에게는 너무도 괴롭고 지금까지도 항상 괴로운 일이었다.

 

2016년, 3년여 동안 만났던 여자친구와 헤어졌었다. 원래는 사귄지 얼마 안돼서 헤어지려고 했는데... 나는 창업을 할 계획이었고, 이번 여정은 너무도 고통스럽고, 무엇보다도 언제 끝날지 모를 기나긴 길이 될 게 분명했기 때문에 2014년 초에 헤어지려고 했었다. 근데 어찌어찌 헤어지지 않고 계속 만남을 이어가게 됐다. 헤어지려는 내 마음에 쐐기를 박으려고 몹쓸 짓도 많이 했는데. 결국 이게 그 여자친구에게 더 큰 상처가 되었고, 결국은 안좋은 기억으로 그녀에게 남았을 것이다. 뭐 그렇다고 그 몹쓸 짓들을 내가 용서받고자 하거나 합리화하려는 건 아니다. 결과적으로 다 내 잘못이었으니까.

 

그렇게 2016년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 내 사업은 계속해서 바닥을 기어 다니기만 했던게 너무 답답했는지 아님 다른게 맘에 안들었는지 아님 내 그 몹쓸짓들이 잊혀지지가 않았는지, 그녀는 나에게 결별을 통보했다. 그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렇게 내 사업은 계속해서 바닥을 칠 것만 같았지만 이제야 비로소 0에서 1로 된 거 같다. 정말 확고한 1이 된 거 같다. 2014년에 창업하고 2023년에 확고한 1이 되었다니 ㅎㅎㅎ 그것도 아버지 사업체를 물려 받게 되고 나서야....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나도 참 드럽게도 머리가 나쁜가보다. 햇수로 10년이 걸렸다. 딱 10년. 너무 부끄러워서 어디 남한테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네...

 

지난 10년 간, 반 정신 나간 상태로 살았고, 안그래도 친구 없는데 친구도 없고, 아무도 안 만나고, 놀지도 않고 일만 했다. 이제 내 옆에는 가족 말고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이것도 뭐 나쁘진 않지만, 근데 그 전 여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아직도 한가득이고, 아직 그 여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도 있긴 하다. 솔직히 그녀를 아직 못 잊었다. 그렇다고 결혼한 그녀에게 내가 뭘 하려는 마음은 절대 아니다. 그냥 이렇게 내 마음 속에서 그녀를 놓아주련다. 사랑했던 만큼 그녀의 행복한 결혼에 축복을 빌어 주고 싶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도 8년이나 지나서야 사업이 자리 잡게 된 지금, 오늘처럼 따뜻한 날 오후에 해가 질 무렵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 즈음에 이 글을 남긴다.

'오늘의 디스커버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징어게임: 경주마의 운명  (0) 2021.10.24
8/1, JYP는 왜 NiziU 프로젝트를 실행했는가  (0) 2020.08.01
개매너  (0) 2018.09.26
Steve Jobs' opinion about Marketing  (0) 2018.09.11
사업의 본질  (0) 2018.07.05
Posted by 얼간이3
:

"경마 좋아하시죠? 당신들은 그냥 말입니다. 경마장의 말." 456번이 게임에 우승하고 리무진에 눈이 가려진 채로 앉아, 이병헌의 게임 우승 축하 인사를 받으며 듣는 말이었다.

 

"난 말이 아니야." 456번이 맨 마지막 장면에서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 전화로 이병헌에게 던진 말이었다.

 

맞는 말이지. 이제 더 이상은 말이 아니지. 456억이라는 돈이 있는 자본가 계급이니까.

 

경주마

요즘 들어 '경제적 자유의 실현'이라는 표현이 자주 들린다. 파이어족이 대표적인 단어인 거 같다. 자본가 계급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꽤 의미있는 수준의 금액을 가지게 되면 그 때 경제적 자유를 실현했다고 표현한다. 그러려면 큰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 큰 돈이 그냥 벌어지지는 않는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뭔가를 걸어야 하는데, 보통은 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돈을 걸고 그렇지 않다면 자기 몸을 건다. 경험을 쌓기 위해서든, 자기 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든, 어떻게든 지향하는 바를 위해 스스로를 건다. 그리고 그 과정은 극에 달하는 고통이 따른다.

 

경주마, 그 이중적 의미 첫 번째: '의미있는 경험을 쌓는 과정: 피지배 계급'

조예가 죽고 그 뒤를 이은 어린 황제 밑에서 반정을 일으키기 전에 사마의가 던진 말이 있다. "나는 한 평생 남이 쥐고 있는 칼자루에 불과했다. 이제 난 내가 직접 그 칼 주인이 되려고 한다." 조조는 자기 부하들을 자기 바둑알에 불과하다고 했다. 사마의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스로가 말이 되어 조조라는 영웅 밑에서 그의 역량과 노하우를 배우며 실력을 탄탄하게 키워 나갔다. 그렇게 조씨 가문 3명의 황제를 모시고 4대째 황제까지 바둑알로서 묵묵히 일한다. 스스로가 남긴 역대 명언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을 철저히 준수하며 이행하기도 한다. 경주마에서 말 주인이 되고자 하는 과정이란 참 치욕적이고도 극한의 고통이기도 하다. 특히 승부수를 던질 때는 생과 사의 갈림길 그 자체이기도 하다. (사실 그냥 경주마로 만족하고 살다가 가길 원한다면 그닥 삶이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오징어게임에서도 참가자들은 너무도 당연하게도 게임의 운영진에 룰과 명령대로 이행한다. 이행하지 않으면 죽는다. 죽는다는 건 해고당한다를 의미하기도 한다. 죽거나 살거나, 해고당하거나 계속 일하거나. 그리고 각각의 게임을 수행하며 살아남고 노하우와 각자의 생존 방식을 습득해간다. 

 

경주마, 그 이중적 의미 두 번째: '성공을 이루기 위해 판에 뛰어든 욕망의 과정'

절박함과 탐욕.

참가자들은 무궁화 게임이 끝나고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졌다가, 다시 참가하게 된다. 재참가의 이유는, 이 사람들이 각자의 빚이라는 절박함도 있었겠지만, 456억이라는 돈을 보고 난 이후의 탐욕에 의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맞다고 본다. 성공을 향한 과정도 비슷하다고 본다. 각자의 절박함으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절박함은 탐욕과 욕망으로 변형되고, 사실 이 모티베이션이 훨씬 더 강력하다.

인간적인 면과 냉혹한 면.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항상 인간적이지만은 않다. 때로는 인간적이면서도 때로는 냉혹하게 바뀌어야 하는 모순적인 순간이 굉장히 많이 온다. 456번도 매 게임에 인간적이지만은 않았다. 구슬 게임 도중 오일남이 치매인척하는 인정을 베푸는 씬에서 그를 속이고 모든 구슬을 빼았는다. 배에 유리가 박힌 탈북 소녀 앞에서 서울대를 죽이겠다고 칼을 든다. 인간적인 모습도 비인간적인 냉혹함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하는게 성공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오일남이 병상에 누운 채로 하는 내기에서 456번은 자신이 그 내기에서 이기면 오일남을 죽이겠다는 잔혹함도 보여준다. 이게 경주마에서 말주인으로 변모했을 때 갖게 되는 냉혹한 면이다.

 

에필로그: 현 시대의 최대 난제, 그러나 절대 해결 불가한 문제: 양극화 현상

봉준호 감독의 앞선 두 편의 영화 '설국열차'와 '기생충'에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거두었는데, 이는 양극화 현상이야말로 전 세계인들이 남녀노소와 인종을 가리지 않고 공감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거기에 정점을 찍은 것이야 말로 바로 이 '오징어게임'인 듯하다. 

인류 문명이 탄생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자본주의가 아닌 적이 없는 거 같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처음으로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로 용어 정의가 되었을 뿐 단 한 순간도 부에 의한 계층이 나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이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인간 사회가 지속되는 한. 왜냐하면 자본주의를 대체할 이데올로기란 없으니까. 캡틴아메리카가 설국열차 맨 앞칸에 도달했을 때, 윌포드의 설명을 듣고 열차를 지배하지 못하고 무릎 꿇으며 윌포드에 굴복한 이유이기도 하니까. 결국 양극화 현상은 절대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 

'오늘의 디스커버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4/5  (0) 2024.04.05
8/1, JYP는 왜 NiziU 프로젝트를 실행했는가  (0) 2020.08.01
개매너  (0) 2018.09.26
Steve Jobs' opinion about Marketing  (0) 2018.09.11
사업의 본질  (0) 2018.07.05
Posted by 얼간이3
:

JYP는 왜 NiziU 프로젝트를 실행했는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나올 수 있는 답은 바로 '가장 강력한 적을 만들기 위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1. 문을 걸어잠그고 살아 남은 곳은 극히 드물다.

 

2. 철저히 실리를 위해 내린 결정이다.

 

3. 가장 강력한 적이야말로 나의 최고의 아군이다.

 

4. 이 프로젝트가 끝나도 일본의 대중문화 수준이 우리나라를 따라잡으려면 최소 10년은 걸린다.

'오늘의 디스커버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4/5  (0) 2024.04.05
오징어게임: 경주마의 운명  (0) 2021.10.24
개매너  (0) 2018.09.26
Steve Jobs' opinion about Marketing  (0) 2018.09.11
사업의 본질  (0) 2018.07.05
Posted by 얼간이3
:

개매너

오늘의 디스커버리 2018. 9. 26. 13:03 |
오랜만에 카페에 앉아 일하고 있는데, 앞 자리가 소개팅을 하고 있는 남녀 ㅎㅎ

약 1시간 30분 동안 남자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여자 혼자 이 얘기 저 얘기 자기는 외국계 회사 다니고 있고, 결제 라인이 어떻게, 일하는 게 어떻고, 자기는 외국 생활을 오래 했다느니 어쩌느니 ㅎㅎ

나도 저렇게 사람 앞에 앉혀 놓고 내 얘기만 주구장창 하던 버릇 고치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해보지만 참 어렵고나. 아 넘 가관이다 저 여자 ㅜㅜ

ㅎㅎㅎ 남자 얼굴 근육이 욱신거리기 시작한다. 그냥 쿨하게 이제 그만 일어나자고 하라고 하고 싶다.


Posted by 얼간이3
:

Steve Jobs’ opinion about Marketing


To me, marketing is about values. This is a very complicated world. It’s a very noisy world. And we’re not gonna get a chance to get people to remember much about us. No company is. And so we have to be really clear on what we want them to know about us. Now Apple fortunately is one of half-a-dozen best brands in the whole world. Right up there with Nike, Disney, Coke, Sony, it is one of the greats of the greats. Not just in this country, all around the world. But, even a great brand needs investment and caring if it’s gonna retain its relevance and vitality, and Apple brand has clearly suffered from neglect in this area in the last few years, and we need to bring it back. The way to do that is not to talk about speeds and fees. It’s not to talk about bits and mega-hertz. It’s not to talk about why we are better than Windows. The dairy industry tried for 20 years to convince you that milk was good for you. It’s a lie, but they tried anyway. And the sales were going like this, and then they tried “Got Milk?”, and the sales were going like this. Got Milk wasn’t even talking about the product, in fact, it focuses on the absence of the product. But, the best example of all, and one of the greatest jobs of marketing that the universe has ever seen, is Nike. Remember, Nike sells commodity. They sell shoes. And yet when you think of Nike, you feel something different than a shoe company. In their ads, as you know, they don’t ever about their product. They don’t ever tell you about their air soles, and why we are better than Reebok’s air soles. What does Nike do in their advertising? They honor great athletes, and they honor great athletics. That’s who they are, and that’s what they are about. Apple spends a fortune on advertising. You’d never know it. You’d never know it. So when I got here, Apple just fired their agency, and there was a competition with 23 agencies that you know four years from now we could pick one, and we blew that up, and hired Chiat Day. The ad agency that I was fortunate enough to work with years ago, and created some award winning work, including the commercial voted the best ad ever made, 1984, by advertising professionals. And, we started working about eight weeks ago, and the question we asked was “Our customers want to know who is Apple and what is it that we stand for. Where do we fit in this world?” What we’re about isn’t making boxes for people to get their jobs done, although we do that well. We do that better than almost anybody, in some cases. But, Apple is about something more than that. Apple at the core, its core value is that we believe that people with passion can change the world for the better. That’s what we believe. And, we have had the opportunity to work with people like that. We’ve had the opportunity to work with people like you with software developers, with customers, who have done it in some big, in some small ways. And, we believe that in this world people can change the world for the better. And, that those people who are crazy enough to think that they can change the world are the ones that actually do. And, so what we’re going to do in our first brand marketing campaign in several years is to get back to that core value. A lot of things have changed. The market is in a total different place than where it was a decade ago. And, Apple is totally different, and Apple’s place in it is totally different, and believe me, the products, and the distribution strategy and the manufacturing are totally different, and we understand that. But, values and core values, those things shouldn’t change. The things that Apple believed in at its core are the same things Apple really stands for today, and so we wanted to find a way to communicate this, and what we have is something that I’m very moved by. It honors those people who have changed the world. Some of them are living, some of them are not, but the ones that aren’t as you’ll see, you’ll know that if they ever used a computer it would have been a Mac. And, the theme of the campaign is “Think Different” It’s honoring the people who think different, and move this world forward, and it is what we are about, it touches the soul of this company. So I’m gonna go ahead and roll it, and I hope you feel the same way about I do.


Here’s to the crazy ones. The misfits, the rebels, the troublemakers, the round pegs in the square holes are the ones who see things differently. They’re not fond of rules, and they have no respect for the status quo. You can quote them, disagree with them, glorify or vilify them, but the only thing you can do is ignore them because they change things. They push the human race forward. And, while some may see them as crazy ones. We see genius. Because the people who are crazy enough to think they can change the world are the ones who do.


Posted by 얼간이3
:

난 아직도 사업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예전에 이걸로 얼마나 바보 취급을 당했던지 ㅎㅎ 적절히 표현을 못해서 그랬던 거 같은데...

돈은 사업을 하면서 반드시 얻어내야 할 결과물 중 하나일 뿐이지 결코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건 마치 연애의 목적이 섹스(또는 결혼)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야 뭐 본업이 머니 게임이니 어쩔 수 없다 치지만
사업가들이 사업을 머니 게임으로 치부해버리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 제품 또는 서비스 절대 쓰고 싶어지지 않게 된다. 이게 안 보이는거 같겠지만 딱 한 번만 써봐도 눈에 훤히 보인다.


Posted by 얼간이3
:
옛날에 2001년엔가 찜닭집이 유행일 때 진짜 어마무시하게 찜닭집이 한 집 건너 한 집 생겨났고, 2004년에는 불닭집이 유행일 땐 어느 번화가의 반이 불닭집이엇음. 2010년, 2011년에는 소셜커머스가 유행일 땐 어마어마하게 많은 소셜커머스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푸드테크가 유행일 땐 덤앤더머스(배민프레시/배민찬), 마켓컬리 따라서 참 많은 푸드 어쩌고 업체가 생겨남. 구글이 알파고 데려다가 이세돌이랑 바둑시킬 땐 인공지능 어쩌고 하는 스타트업이 진짜 무지막지하게 생겨남. 작년 말에 비트코인으로 대박치는 분위기 덕에 이제는 가상화폐 어쩌고 하는 곳과 블록체인 어쩌고 하는 곳이 참 많이도 생겨나는구나 ㅎㅎ 여기에 더 웃긴건 투자자들 마저도 그 시류에 휩쓸려서 블록체인 어쩌고와 가상화폐 어쩌고에 많이들 투자를 해대고 있음 ㅎㅎ(투자자들이 똑똑하고 사업을 잘 알 거라는 생각은 정말로 아주아주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반증. 오히려 일반인 수준에도 못미치는 사람 차고 넘침) 지금 블록체인/가상화폐, 인공지능/머신러닝 유행하는 거랑 옛날에 찜닭, 불닭 유행하는 거랑 전혀 다를게 없어보이는데 마치 그 시류에 올라타면 뭔가 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건가 어떻게든 엮어보려는 거 보면 진짜 한숨밖에 안나온다. 그 와중에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고, 대부분의 경우 그 유행 훨씬 이전부터 깊이 있게 내공 쌓고 준비해온 사람만이 위너가 되고, 그 유행에 느지막이 올라탄 무리들은 병풍이 될 뿐 그 중에 돈 번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장작불에 석유 쏟아부어 타오르듯 유행따라 생겨난 공급자 수에 비례해서 고객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업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해도 그 수요의 증가 추세가 이어지는 경우는 더 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도, 제한된 수요 안에서 그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켜주는 공급자는 그 불나방들 중에는 더더더 본 적이 없고, 훨씬 이전부터 내공을 쌓아온 소수의 고수들뿐이었다.
그냥 그 말만 갖다 붙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나보다. 다른 유행 나타나면 또 그 말 붙여가지고 엮어서 어떻게든 언론 노출되고 나도 뭔가 되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은 심리겠지 ㅎㅎ 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에 자기네 피투자사들이 현재 최신 유행의 업종을 하고 있는 곳이라고 그냥 자랑하고 싶은 거겠지 ㅎㅎ 그렇게 그 유행이 저물어갈 때 다같이 저물어가겠지 ㅎㅎ


'오늘의 디스커버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Steve Jobs' opinion about Marketing  (0) 2018.09.11
사업의 본질  (0) 2018.07.05
역량의 관성  (0) 2018.05.31
계속 생겨나는 샘물과 그대로인 샘물  (0) 2018.01.20
1987  (0) 2018.01.11
Posted by 얼간이3
:

옛날에, 학교 선배들이 첫 직장이 참 중요하다고 왜냐면 첫 직장 업종으로 거의 평생 먹고 살게 될거니까 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 이 말이 요즘 참 많이 와닿음.
21살 때 첫 장사를 시작했는데(나도 장사/사업 짬밥 좀 되는 듯..) 그게 닭꼬치 노점상이었고 지금 식품제조로 자리를 잡았다는거 보니 참 일리가 있구나 ㅎㅎ
그 동안 여러 장사꾼들, 사업하는 사람들 만나봤는데 정말 맞는 말인듯. 처음부터 숫자의 결과물을 반드시 얻어내야한다고 믿고 거기에 집착에 가깝게 매달린 친구는 결국 큰 숫자를 얻어냈고, 스무살 때부터 노점상하신 사장님은 처음부터 '맛'에 대한 어마어마한 선천적인 미각과 high standard 덕분에 지금은 콩나물국을 끓여도 감동이 나올 정도의 맛을 내는 분이 되었음. 다른 한 분은 오래전에 처음 만난 자리에서 알 수 없는 어려운 말로 사업 컨셉 설명해주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가서 두번 세번 재차 물어보며 다시 설명해달라고 해서 또 들은 설명조차도 이해가 안가서 그냥 넘어가고 좀 얘기하다가 이거 무슨 뜬구름 쫓는 일 같구나...하는 느낌 들었음. 그 뒤로 참 오랜 시간이 흘러 지금 그 분 하는 사업을 보니 지금도 알 수 없는 어려운 말 일색으로 뜬구름 좇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게 참... 처음 뜬구름/허상을 좇기 시작한 사람은 끝까지 뜬구름/허상을 좇는구나 ㅎㅎㅎ 뭐라 말해주고 싶지만 씨알도 안 먹히겠지 ㅎㅎ 아마도 죽을 때까지 뜬구름/허상을 좇겠구나... 허상을 좇는 능력을 제일 오래 쌓았으니 어쩔 수가 없겠지ㅎㅎ
여자저차 같이 일하지 않게 되었지만, 같이 일하지 않았다는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너무 다행ㅋㅋ 심지어 사람 보는 눈도 없어 보였는데, 사업가한테는 사람 보는 눈이 거의 뭐 99프로 중요하지 않나. 이래저래 참 안타깝구나.
(비슷한 맥락이긴 한데, 내가 투자 유치 번번이 실패한게 어찌보면 지금 나에게는 정말 잘 된 일인거 같음. 안그래도 몽상가에 가까운 옛날 그 상태에서, 투자 유치까지 받았다면 지금 뭐 거의 이상주의의 극단을 달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드는게 참 어휴)

'오늘의 디스커버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업의 본질  (0) 2018.07.05
찜닭, 불닭, 소셜커머스, 인공지능, 가상화폐, 블록체인  (0) 2018.06.03
계속 생겨나는 샘물과 그대로인 샘물  (0) 2018.01.20
1987  (0) 2018.01.11
Viva La Vida  (0) 2017.10.01
Posted by 얼간이3
:

계속 생겨나는 샘물과 그대로인 샘물이 있는데,

내가 매일매일 마시는 물의 양은 계속 생겨나는 물에 반드시 비례해야 한다.


여기서 물=돈


로또 당첨자가 결국 파산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물론 '그대로인 샘물'이 결국 '계속 생겨나는 샘물'로 바뀌는게 자본주의의 이치이긴 하지만, 그건 부자가 된 뒤에나 가능한 일이므로 패쑤.

'오늘의 디스커버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찜닭, 불닭, 소셜커머스, 인공지능, 가상화폐, 블록체인  (0) 2018.06.03
역량의 관성  (0) 2018.05.31
1987  (0) 2018.01.11
Viva La Vida  (0) 2017.10.01
시발 존내 힘들다  (0) 2017.02.10
Posted by 얼간이3
:

1987

오늘의 디스커버리 2018. 1. 11. 19:18 |

우리나라 현대사의 핵심 중에 핵심인 민주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명작. 고등학교 근현대사 정규 교육 과정에 '우리나라 민주화의 극전환점'이라는 제목과 함께 시청각자료로 넣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라 생각함.


이 영화를 보고 이 땅의 시민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낌. 김영삼 정권 이전까지의 우리나라는, 그토록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도 1)사회의 핵심 문제가 비교적 뚜렷하게 보이고(지금보다는) 2)부패한 지도층이 멍청한 덕분인지 얼굴 철판 깔고 부패 정책을 참 뻔뻔하게도 들이대고 있었으며 3)사회 전면에 나서는 특정 그룹(대학생)이 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음. 반면, 김영삼 이후로, (아니 이명박 이후로) 1)부패 집단이 똑똑해진 건지(아니 그 때보다 진화를 해서인지) 모르겠지만 2)부패 행위가 점점 교묘해지고, 일정 수준 이상의 정보 접근 권한이나 전문화된 지식 없이는 그 부패 행위가 잘 안보이고 있으며 3)이제 특정 그룹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있음(먹고 살기 힘들어져서 그런 건지, 아님 그들이 밥줄을 끊어 놓고 있어서인지 모르겠음)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민주화된 나라를 보면 '민주주의는 피와 땀을 먹고 자라는 나무(이게 맞나 모르겠네)'라고 하는 말이 바로 와닿을 정도로 적어도 100년 이상을 국민들이 피와 땀을 바쳐 일궈냈다. 그 과정에서 특정 그룹(특히 젊은 층)의 희생이 제일 컸다는 점은 우리나라도 공통임. 일정 과도기가 지난 후에는 결국 해당 국민의 시민 의식의 평균에 수렴해서 정치가 굴러가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이제 우리나라도 우리 시민 의식의 평균에 수렴하는 정치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먹고 사는데도 바쁘다는 아주 그럴싸한 핑계대며 정치에 무관심한 지난 10여년 동안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우리에게 또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같은 독재자가 나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특정 대주주가 하고 싶은대로 굴려 먹는 주식회사처럼 했다가 말아먹는 나라꼴은 이미 모두가 봤으니 1인 1표를 기본으로 시민 의식의 평균을 더욱 수준 높여 나가야 하니까 제발 정치에 관심 갖고 투표 꼭 해라 이 투표 안하는 인간들아.


그래도 우리나라는 옆 동네 어느어느 나라들처럼 위에서부터의 지들 입맛에 맞는 혁명/개혁보다는 아래로부터의 혁명/개혁 위주였다는 건 참 다행.

'오늘의 디스커버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량의 관성  (0) 2018.05.31
계속 생겨나는 샘물과 그대로인 샘물  (0) 2018.01.20
Viva La Vida  (0) 2017.10.01
시발 존내 힘들다  (0) 2017.02.10
가슴 뭉클한 느낌  (0) 2016.11.26
Posted by 얼간이3
: